UCL에 졸업한 지는 이미 몇 달이 지났지만 어제가 되어서야 졸업장이 날아와서 이 글을 마지막으로 UCL에서 공부했던 여정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졸업장이 왜 우편으로 날아왔냐면 졸업식을 일하느라 못 갔기 때문이다. ㅎㅎ;
유학을 시작한건 굉장히 P 성향이신 우리 아빠 덕분에 (?) 가게 됐던 것이었고 우리 엄마는 그로 인해 뒷바라지를 많이 하셨다. 암튼 재수 생활을 독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던 나로서는 원래부터 가고 싶었던 학부 유학이라는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워릭에서 열심히 살았고 그때부터 슬슬 공부를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아갔던 것 같다.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상당히 감사한 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좀 더 사회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어울려서 사는지, 컴퓨터 외의 재미있는 건 무엇이 있는지 등 나의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그때부터 운동을 슬슬 시작하기도 하고, 술도 많이 마셨지..
지금이야 UCL을 다니면서 많은 부족한 점이 보이고 욕도 많이 했지만, 워릭에 있을때만해도 UCL은 나에게 꼭 가고 싶은 학교 중 하나였다. conditional offer를 준 학교 중에 가장 높은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 내가 워릭 때 받은 점수를 생각하면 걱정이 하나도 안 들었을 것 같지만 매 시험마다 점수를 높게 못 맞을까 봐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고 시험기간 때는 부모님이랑 통화하다가 운 적도 있었다. 여기서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나를 압도했던 시기였다. 그 덕분에 좋은 학교를 간 거긴 하겠지만 말이다.
마지막까지 firm choice로 워릭이냐 UCL를 가지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UCL을 갔던 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돈을 아끼기 vs. 더 끌리는 곳'의 결정이었는데 부모님은 당연히 UCL에 가서 런던 생활을 해보라고 말해주셨고 나도 코벤트리에 1년 살아보면서 여기서 3년은 좀 그렇다고 생각해서 런던에 간 거였다. 거기에 더해 UCL의 커리큘럼이 좀 더 구체적이었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면, 워릭에서는 Maths for Computer Scientist (정확한 이름이 아님)라고 약간 이것저것 다 하는 느낌으로 되어 있다면 UCL은 Discrete Maths 같이 구체적인 학문명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듣기로는 워릭이 훨씬 수업이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그건 이제 그만 얘기하자. ㅋㅋ
UCL에 있으면서 3년 중 어느 1년도 나에게는 쉬운 적이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게 있었던 1학년 때를 제외하면 항상 과제하고 공부하느라 하루종일 공부만 했던 게 일상이었다. 거기다 2학년때까지는 내가 항상 팀플을 리드하고 있었으니 내가 해야 할 업무가 더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마스터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은 많이 걸렸다. 고통스러웠던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서 지금의 생활이 얼마나 감사한 건지, 나태해지지 않게 기준을 잘 설정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새벽에 공부 마치고 집에 가는 Euston 역 길거리와 차가운 공기, 맑은 하늘 같은 아름다운 풍경은 고된 하루의 피로를 잊고 더 내일도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줬다. 낭만 있지 않나?
성인이 되고 나서 해외에서 4년동안 공부, 일, 자취를 해본 경험은 앞으로도 내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선린을 다니면서 그랬던 것처럼 대학을 다니면서 한 번 더 나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난 느낌을 받았고 이런 챌린지를 앞으로도 계속 겪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꾸준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한국에 얼마나 더 오래 살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더 경험하고 싶은 대로, 인생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 인생 뭐 있는가? 그냥 이러면서 사는 거지 ㅋㅋ
'학업 > UCL' 카테고리의 다른 글
3학년 1학기 끝낸 기념 (1) | 2023.12.19 |
---|---|
UCL 2학년 끝난 지금 (3) | 2023.05.21 |
UCL Computer Science Year 1 Module Review (1) | 2022.06.25 |
UCL CS 1학년의 5주차를 경험하며... (0) | 2021.11.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