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블로그 글을 안 썼다. 예전만큼 글쓰기에 흥미를 잃은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쓸 글이 없었다. 나에게 UCL 2학년 생활은 많이 벅찼다. 학교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1년이 빠르게 지나갔고 내가 즐긴 여가생활은 책 읽기와 헬스장에서 운동하기 뿐이었다. 물론 다른 친구들을 보니 그 시간조차 짬을 내서 여행을 즐기던데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생활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난 이제야 학교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어설프게나마 체득한 느낌이다. 강의력 떨어지는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게 얼마나 시간 낭비인지, 차라리 책으로 독학하는 게 더 체계적이고 완전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UCL만 이런 것인지, 영국의 다른 좋은 대학 (ICL이나 Oxbridge)들도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수업의 가치로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지불하는 게 맘에 들지 않는다. 대학에서 수업만 듣는 게 아니지만 난 tuition fee를 내고 있지 않은가? 금전적 지원을 해주시는 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다.
시험이 끝난 요즘은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살고 있다. 게임도 하고, 인턴쉽 준비도 하고, 책도 읽는 등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산 게 얼마만인지… 진심으로 행복하다. 이 행복 중에는 쾌락에서 오는 행복뿐만 아니라 인생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오는 깨달음으로 인한 행복도 포함되어 있다. 개인으로서의 ‘나’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 이렇게 두 가지로 카테고리를 나눠서 생각해 보았다. 개인으로서의 나에서는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사람, 자기 앞가림을 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사회적 나에서는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다. 작년의 이별과 더불어 육체적, 신체적으로 힘들었던 2학년 생활동안 삶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 봤다. 그것에 대한 결론이 위의 두 가지 카테고리로 정리된 듯하다. 고작 만 21살이기 때문에 5년만 지나도 바뀔지 모르겠다. 하지만 20대가 되고 나서 정리되지 않았던 마음이 20대 초반에 가다듬어진 것 같아 감사하다.
내가 유럽 같지만 유럽은 아닌 영국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일할 때의 나’와 ‘일 밖의 나’를 구분해서 발전시킬 필요성을 느낀다. 예를 들면, 일할 때의 나는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개발하고 관련 공부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일 밖의 나는 경제, 역사, 예술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것이다. 이 생각에는 평생 개발자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분야를 두루두루 알고 있으면 다른 분야의 사람과 소통할 때도 유용하다. 자연에는 다양성이 필수적인데 개인의 삶에서도 다양성을 늘리면 길게 봤을 때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다.
삶은 공학도인 나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의미를 찾기 힘든 복잡한 개념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느끼는 자세가 필요하다. 요즘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지를 정리하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힘든 일이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좋은 일이 있어도 들뜨지 않고 차분해질 수 있는 마음가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쩌면 인생은 우리가 어떻게 가치를 매기냐에 따라 결정되는 재미있는 게임일지도 모르겠다. 그럴수록 우리는 내실이 탄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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