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앞으로 취업시장은 이렇게 변할 것이다: SWE편

plzfday 2025. 1. 30. 12:23

취업시장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은 항상 변해왔다. 또, 그 조건들은 회사 채용공고에 대한 수요와 공급으로 다분화된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SWE를 뽑는 채용과정은 회사 바이 회사겠지만 보통 2~3차까지 보는 거 같다. 그리고 보통 2차에서 코딩테스트가 있곤 했다. 코딩 테스트 (코테)는 마치 SWE를 뽑기 위해서라면 무조건 있어야 하는 철자 중 하나로 여겨지며 SWE 고용 시장의 일종의 문화였다. 하지만 이것도 대략 10년 정도의 경험치가 쌓여서 그럴까 다른 종류의 방법을 추가하는 회사들도 생겼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코테가 실제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골고루 평가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인 SWE 업무에서 가장 필요한게 내가 짠 로직의 시간 복잡도가 아닐 수가 있다. 프로젝트가 커지면 커질수록 '결합도'를 낮추고 '응집도'를 높이는 코드를 짜는 것이 매우 매우 중요한데, 대표적으로 코테는 이런 걸 평가할 수 없다. 또한 팀 단위로 한 레포에 작업을 하는 것이기에 코드가 잘 읽히는 것도 코드를 잘 짠다는 기준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코테는 이걸 평가하기 위해 존재하는 절차는 아니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를 잘 아는 것은 중요하기에 코테가 채용 과정 중 하나로 남는 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추가적인 과정을 붙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러면 채용 과정이 길어지고 결국엔 그게 다 어떤 형태로든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알잘딱깔센으로 채용 과정을 만들고 싶어할 것이다. 내가 작년에 취준 하면서 봤던 어떤 스타트업은 PR 리뷰하는 걸 코테 대신으로 하더라. 커밋 단위라든지, 상대방을 고려한 PR을 올리는 것이 상당히 협업하는데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그 당시 이것의 중요성을 몰랐고 그게 경력자에게는 바로 들통났을 것이다.. ㅎㅎ 그래서 이 테스트를 끝으로 탈락 통지를 받았다. (지금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지도..?)

지금까지는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코테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얘기해봤다면, 지금부터는 ChatGPT의 시작으로 생긴 Gen AI로 인한 채용 시장의 변화 예측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 대학 시절부터 이 변화를 직접 경험했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앞으로 Gen AI가 개발자 채용 시장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 확신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한 분야에 전문가이거나 (네트워크, 보안, 알고리즘 전문가 등) 개발의 시작부터 끝까지 해본 개발자들을 기업들은 뽑을 것이다. 전자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인재들이다. 후자의 경우, 원래 취업하려면 자기 포트폴리오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 맞긴 한데 그게 너무나 당연해지고 기준이 상향 평균화될 것이라는 것이 내 예상이다.

제품을 실제로 서비스해보면 단순히 개발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근데 AI의 도입으로 인해 그것이 훨씬 쉬워졌다. 캐싱, 비동기, 병렬 컴퓨팅 이런 최적화 방법들이 사용되는 이유는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직접 서비스를 해보면서 현재 코드의 문제를 느끼고 고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최적화 이론을 직접 적용하고 그걸 면접에서 풀어낸다면 어느 면접관이든 그저 그 지식을 외운 사람보다 더 관심이 가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거기에 CS 이론이나 수학까지 빠삭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글을 쓰다보니 이건 어쩌면 스타트업에나 적용되는 소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내 경험상 전에 오퍼를 받은 The Hut Group (THG)이라는 좀 큰 기업 (근데 지금 보니 주식 5Y return이 -93%...)에서 인터뷰를 볼 때도 내가 직접 서비스하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썰을 푸니 굉장히 좋아했었다. 채용을 한다는 건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기에 더 나은 사람을 뽑을 테고 당연히 직접 서비스까지 해보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사람이 훨씬 높은 관심을 받을 것은 자명할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지식은 비슷하다는 가정하에.

앞으로 직원으로 일할라면 내 서비스를 만들어봐야 하는 주객전도가 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쓴 것 같아 웃프긴 하다. 자기 서비스 만들어보다가 잘 되면 사업으로 확장하면 되고 안될 거 같으면 그 경험 가지고 취업하면 되는 거니..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행복한 SWE로 사시면 좋겠다.